피조물과 우리는 형제입니다
✿ 회칙 「찬미 받으소서」에서
환경 위기는 깊은 내적 회개를 요청합니다. 그러나 신심이 깊고 기도하는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일부는 현실주의와 실용주의를 내세워 환경에 대한 관심을 우습게 여기고 있음도 인정해야 합니다. 또 일부는 수동적이어서 자신의 습관을 바꾸려는 결심을 하지 않고 일관성도 없습니다. 따라서 이들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 생태적 회개입니다. 하느님 작품을 지키는 이들로서 우리의 소명을 실천하는 것이 성덕 생활의 핵심이 됩니다(217항).
우리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모범을 기억하며 피조물과 맺는 건전한 관계가 인간의 온전한 회개의 한 차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는 또한 자신의 잘못이나 죄, 악습, 태만의 인정, 그리고 참된 회개와 내적 변화를 요청합니다. 우리의 삶을 성찰하며 우리의 행위와 방관으로 어떻게 우리가 하느님의 피조물에 해를 끼쳐 왔는지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는 회개, 곧 마음을 바꾸는 경험이 필요합니다(218항).
그러나 개인이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만으로는 현대 세계가 직면한 매우 복잡한 상황의 해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회 문제들은 단순히 개인적 선행의 총합이 아니라 공동체의 협력망을 통하여 해결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결집된 힘과 일치된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속적인 변화를 이루는 데에 필요한 생태적 회개는 공동체의 회개이기도 합니다(219항).
주님, 가난한 이들과 환경의 파괴로 희생된 이들이 부르짖는 소리를 들으시고, 하늘과 땅이 언제나 모든 이에게 생명과 평화를 가져다주게 하시며, 저희가 생태 보존을 위하여 회개하고 마음과 행동을 새롭게 하여, 경제와 사회를 변화시키고, 땅이 주는 즐거움을 누리며 아름답게 일구어 가도록 이끌어 주소서. 아멘.
2019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
피조물과 우리는 형제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9월 1일은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입니다. 2015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제정을 위한 서한’에서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모든 그리스도교 공동체와 믿는 이들을 ‘생태적 회개’(「찬미받으소서」, 216-221항)로 초대하시면서 이 기도의 날이 기도, 묵상만이 아니라, 생태적 회개의 생활 방식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기를 호소하셨습니다.
공동의 집인 지구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발달한 과학기술의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 덕으로 많은 이들이 안락하고 편리한 일상생활 안에서 늘어난 수명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막대한 양의 정보와 지식을 손쉽게 주고받으며, 일상에 필요한 다양한 상품을 시장에서 넘치도록 쉽게 구매하며 소비합니다. 그러나 이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의 이면에서는 우리 자신과 우리 후손들의 생명과 보금자리를 훼손하고 파괴하는 일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예기치 못한 미래에 피조물 전체의 파멸을 재촉하게 될 것입니다.
인류가 산업화를 진행하면서 배출한 온실 가스는 지구의 생태 환경을 회복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훼손하였습니다. 극지방의 빙하와 빙산이 사라지거나 만년설이라고 여겼던 곳에 눈 대신 바위가 드러나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생태 환경의 급변으로 ‘기후 난민’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약자가 출현하였습니다. 해수면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도시가 잠기고 있습니다. 대양에 떠 있는 몇몇 섬나라는 아예 국가임을 포기하면서까지 자국민들을 다른 나라에 이주할 수 있도록 국제 사회에 호소합니다. 최근 우리는 미세 먼지의 농도를 보도하는 뉴스에 귀를 기울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지구와 가난한 이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는 전 지구적인 생태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삶의 양식 전체를 근원적으로 성찰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지구와 가난한 이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일 것”(「찬미받으소서」, 49항)을 호소하십니다. 가난한 이들과 파괴된 자연을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본디의 모습으로 회복하기 위하여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말씀하십니다. 그것은 우선 가난한 이들과 지구의 부르짖음을 먼저 경청하는 것이고, 그 부르짖음에 부응하는 하느님의 정의와 공정을 실행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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