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보다 아무것도 더 낫게 여기지 말라.
Chisto omnino nihil praeponant. R. B.
– 머리말 72,11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 북유럽 사회가 행복한 개인을 키우는 방법
아누 파르타넨 지음 | 노태복 옮김 | 원더박스 | 2017년 06월 09일 출간
p.19 노르딕 출신 이민자로서 미국에 살아보니,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핀란드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인지 여부와는 별도로, 사람들은(미국인이든 핀란드인이든) 21세기 초에 노르딕 국가를 떠나 미국에 정착한다는 것이 ‘과거로 되돌아가는’ 굉장히 특이한 - 특이하게 힘겨운 - 경험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노르딕 출신 미국 이민자로서 나는 또 다른 특이한 점도 발견했다. 뭐냐면, 미국인을 비롯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자기네 삶이 지금보다 얼마나 더 나아질 수 있는지에 관해 충분히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p.43 내가 더 미국인에 가까워질수록 – 점점 당혹스러웠다. … 오늘날 미국인의 사람 전반에 걸쳐 송두리째 빠져 있는 것이 바로 현대성의 진보가 가져다준 주요 혜택들 – 자유, 개인적 독립과 기회 – 이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의 불안과 스트레스로 인해 그러한 원대한 이상들은 실제적이라기보다 이상적으로만 보였다.
p.44 무려 갓난아기 때부터 시작하는 좋은 학교 경쟁과 관련이 있었다. 의아했다.
p.47 미국에서는 안정된 중산층 지위를 얻기 위한 우선적인 요소는 단 한 가지로 귀결되는 듯했다. 즉 주도적이고 지칠 줄 모르며 사소한 일까지 챙기는 부모를 두는 것. 그것은 현대 생활의 문제점을 스스로 해결하는 독립적인 아이를 기르는 방식이 아니라 거의 전근대적인 의존성에 사로잡힌 아이를 기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문제의 뿌리는 정서적이거나 심리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조적인 것으로 보였다. 공교육 실패나 치솟는 대학 비용과 같은 문제들의 결과 말이다.
p.50 미국의 현실에서 결혼이란 일종의 금융합병 행위로 인식되었다.
p.55 부부가 갈라서면 젊은 암 환자는 앞으로 몇 달간 고액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도 의료보험이 없어진다. 왜냐하면 그 보험은 배우자의 고용주를 통해 제공되었으니까. 따라서 당사자들에게 고통만 가중시키는 불행한 부부 생활이라도 무작정 지속된다. 그런 상황은 엄청난 트라우마를 키우는데, 그건 다만 누구나 고용주에게 총체적으로 의존해 있기 때문이다.
p.58 노르딕 사회는 사회적 의존성의 낡은 형태를 혁파하는 데 성공하여, 현대성을 진정한 의미에서 완성시켰다고 볼 수 있다. 노르딕 국가들은 정부가 개별 시민을 의존성의 문화로 내몰지 않고 현대 생활에 부합하는 새로운 문화를 촉진하는 정책들을 만들고 현명하게 시행하는 길을 찾아냈다. 그 결과 많은 미국인이 꿈만 꾸었을 뿐인 이상들, 즉 진정한 자유, 진정한 독립, 진정한 기회를 일상에서 실현해냈다. 무엇보다 멋진 사실은 현대성을 줄곧 추구하면서도 가족과 공동체 및 다른 사회 구성원 사이의 연결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노르딕 사회가 이미 경험한바, 가족의 낡은 의존성을 벗어나면 아이들은 더욱 활기가 넘치고 부부 생활은 더욱 만족스럽고 가족은 더 굳건해졌다. 당연히 모두들 더 행복해졌다.
p.66 사랑에 관한 노르딕 이론…노르딕 시민에게 인생을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과의 관계 면에서 개인의 자족과 독립이다.…삐삐가 변함없는 사랑과 순수함으로 우리 마음을 끌어당기고 감탄하게 만드는 까닭은 과장된 삐삐의 독립성 때문이다.
p.66~67 20세기 내내 그리고 21세기까지 이어져 온 노르딕 사회의 원대한 야망은 경제를 사회화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목표는 개인을 가족 및 시민사회 내 모든 형태의 의존에서 자유롭게 하자는 것이었다. 가난한 자들을 자선으로부터, 아내를 남편으로부터, 성인 자녀를 부모로부터, 노년기의 부모를 성인 자녀로부터. 이런 자유의 명시적인 목적은, 숨은 동기와 필요에서 벗어나 모든 인간관계가 완전히 자유롭고 진실해지도록 그리고 오직 사랑으로만 빚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p.75 오늘날 미국은 지금의 자유시장 체제를 주도한다는 면에서 초현대 사회이지만, 동시에 그 체제가 낳는 문제점들을 가족 및 기타 공동체에 떠넘긴다는 면에서 구태의연한 사회다. 노르딕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은 모순에 빠져 있는데, 이는 진보와 보수 사이 또는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 사이의 모순이 아니며, 큰 정부 대 작은 정부에 관한 오래된 논쟁도 아니다. 바로 과거와 미래 사이의 모순이다. 미국 정부는 현대성의 옹호자인 척 모든 면에서 무례하고 그릇되게 우쭐댄다.
p.83~84 노동자의 휴가 면에서 미국은 현대 국가들의 표준에서 매우 벗어나 있다. 노르딕 시민은 자신들의 휴가 제도가 얼마나 좋은지 잘 모르는 반면에, 미국인은 자신들이 얼마나 끔찍한 대우를 받는지 잘 모르는 듯하다. 18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UN 보고서에 따르면, 유급 출산휴가를 보장하지 않은 나라는 단 두 곳, 파푸아뉴기니와 미국이다. 미국은 유급 병가를 보장하지 않는 몇 안 되는 나라에도 속한다. 앙골라와 인도, 라이베리아와 함께.
p.103 “이 방법은 아동이 빈곤에 빠질 가능성을 82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정부 지출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바로 결혼입니다.” (공화당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의 연설 중) 낭만적이고 희망적인 말이다. 누가 결혼에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이 말의 요점은, 21세기 미국 가정의 경제적 물질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모든 현대 산업 국가들이 한 일을 미국 정부는 결단코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즉, 유급 출산휴가와 같이 아이에게 타당한 지원이나 아이의 기본권을 보호할 다른 보편적 정책들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소리다. 결코. 이런 미국식 사조에 따르자면, 돈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할 최상의 해법은 결혼이다.
p.104~105 미국의 한부모 가정이 받는 혜택은 대다수 선진국과 비교하면 분명 안타까운 수준이다. 여성 단체인 리걸 모멘텀(Legal Momentum)이 소득이 높은 17개 국가의 미혼모를 조사했더니 미국은 상황이 최악이었다.… 미국의 기이한 논리, 즉 한부모 가정의 문제가 과도한 정부 원조 탓이라는 논리가 맞는다면, 미혼으로 아이를 낳고 국가에 빌붙어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노르딕 부모들이다.
p.110 노르딕 사회는 개인의 독립을 지원한다는 현대적인 목적을 향한 길에 이미 접어들었다. 개인은 마음 편히 다른 사람과 함께하며 서로 사랑하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 결과로, 가정이 더 든든해졌다. 또 한 가지 결과로는, 가정의 탄력성이 훨씬 커졌다. 즉, 여성이 더 강해졌다.
p.112 미국에서는 출산휴가를 산모가 아이를 낳은 후 몸조리하는 기간이라고 보는 편이라서 회복에 필요한 시간보다 길면 남성이나 자녀 없는 동료들은 누리지 못하는 불공평한 혜택을 누린다고 여긴다. 하지만 노르딕 사회는 달리 본다. 새내기 부모 둘 다에게 주는 긴 휴가는 아이가 부모와 강한 유대를 맺는 데 매우 중요하다. 아내뿐 아니라 남편에게도 긴 출산휴가를 주면 애초부터 두 부모가 가정과 직장에서 책임을 공유하는 리듬을 타게 된다. 그러면 성평등이 촉진된다.
p.113 남성 역시 출산휴가를 이용하도록 장려하고자 노르딕 나라들은 특별히 ‘아빠 전용 휴가’라는 유급 휴가 제도를 시행했다. 만약 어머니가 직장에 복귀한 후라면 아버지는 이 특별 휴가를 이용하지 못하고, 그 가정은 이 휴가를 쓸 기회를 놓친다... 덕분에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이 제도를 도입한 후 노르딕의 아버지들은 이전보다 출산휴가를 훨씬 더 많이 쓰게 되었고, 가정에 미친 영향도 막대하다. 여러 나라에서 실시된 연구 결과, 어머니들뿐 아니라 아버지들이 출산휴가를 쓰자 남성이 양육에 더 능동적인 역할을 하게 되어 가정의 역학 관계가 한층 나아졌다. 남성도 요리와 장보기 같은 집안일에 더 참여하고, 여성도 직업 생활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p.115 노르딕 사회의 아빠 전용 휴가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 정책들이 국가 차원에서 시행된다는 것 그리고 육아를 모든 남성이 동등하게 합법적으로 추구하는 활동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노르딕 사회가 먼저 변화를 경험한바, 아이 아버지가 그 휴가를 쓰지 않으면 책정된 시간과 돈을 허비하게 됨을 알고 나자 고용주와 동료들 역시 출산휴가를 선택한 남성의 결정을 훨씬 기꺼이 받아들였다.
p.132 미국 부모들이 교육 이야기를 주야장천 떠드는 이유는 그것이 불안의 만성적이고 실질적인 원천이기 때문이다.
p.141 수십 년 전 핀란드 교육 체계가 개혁을 간절히 원하던 당시, 핀란드가 마련한 교육 목표는 사실 탁월함이 아니었다(오늘날에는 아주 탁월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그것은 다름 아닌, 평등이었다.
p.152 핀란드의 어린이집은 서비스와 태도가 놀랍도록 균질하다. 따라서 부모들은 혼란스럽고 비싼 선택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어린이집은 어디든 시설이 뛰어나고 괜찮은 놀이터를 갖추고 있다. 그런 신뢰성과 균질성은 노르딕 문화의 특성이라기보다, 가족 정책과 더불어 모든 아이에게 어릴 때부터 평등을 정책적으로 보장하려는 명확한 사회적 태도에서 기인한다.
p.155 핀란드 교육 개혁의 가장 중요한 정책 가운데 하나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교사가 석사학위 소지자여야 한다고 정한 것이다. 오늘날 교사 양성 프로그램은 가장 엄선된 대학 전공에 속한다.
p.157 이 단순한 처방은 사랑에 관한 노르딕 이론의 목표에 이르기 위한 긴 여정의 출발이다. 개인이 가정의 부유함이나 결정과 무관하게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양질의 교육을 받는다는 목표 말이다. 게다가 훌륭한 교사 양성에 투자하면, 학교가 엄청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p.167 진정한 승자는 경쟁하지 않는다.
p.205 나는 미국 의료보험 체계가 사람들을 옥죄는 또 다른 불건전성을 직접 목격했다. 고용주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 간의 불건전한 의존이다. 내가 당분간 그럴듯한 직장을 구할 가망이 별로 없다 보니, 많은 미국인이 하는 짓을 나도 하고 말았다. 남편에게 우리 둘 다 보장해주는 보험이 딸린 다른 직장을 찾아보면 어떠냐고 물었던 것이다.
... 이직을 하거나 자영업을 하고 싶어도 부부는 그 직장을 계속 다니는 걸로 합의를 봤다. 온 가족이 거기에 딸린 의료보험에 기댄 처지였기 때문이다. 나에겐 그런 상태가 정말이지 분통 터졌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잠재력이나 꿈을 접고 그 배우자와 아이들은 그 사람의 희생에 기대어 살면, 정서적 의미에서 모두가 미묘하게 인질로 잡혀 있는 셈이다. 이처럼 사랑으로 맺어져야 할 관계가 변질되는 것이야말로 노르딕 사회가 피하려는 것이다.
p.242 노르딕 나라들은 공공 의료 체계를 마련하던 때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노인 의료 계획을 마련했다. 즉, 세금을 통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근본적인 정부의 복지 서비스가 되도록 말이다. 주된 목표는 노인들이 가능한 한 자기 가정에서 지내도록 돕는 것인데, 이를 위해 지자체가 가정 방문 간호, 음식 배달, 집 청소, 장보기 도우미 등의 서비스를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한다.
p.243 사전 지식 없이 돌보기에 나서고 비용을 치르는 대신에, 부모 및 지자체의 담당자들과 상의해 최상의 해법을 얻고서 시작한다. 가족 구성원이 노부모를 직접 돌보기를 선호하는 경우, 국가가 필요하면 관여한다.
p.264 미국에서 복지(welfare)라는 용어는 ‘복지에 의존하는(on welfare)’이라는 뜻이었다. 즉, 가난하고 무직이며 사회의 짐이 된다는 의미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핀란드어에서 ‘복지국가’에 가장 가까운 용어는 (미리 경고하는데, 적어 놓으면 아주 괴상하게 보인다) hyvinvointivaltio(휘빈보인티발티오) 이다. 하지만 문자 그대로 풀자면 이 용어는 ‘웰빙(well-being) 국가’를 뜻한다. ‘복지에 의존하는’을 뜻하는 말은 전혀 다른 표현으로 ‘살려고 도움을 얻는’이란 뜻의 핀란드어가 있다. (위의 용어보다 좀 더 웃긴데) saadatoimeentulotukea(사다 토이멘툴로투케아)이다. 2013년에 이러한 궁여지책의 혜택을 받은 핀란드인의 비율은 고작 7퍼센트이다. 미국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같은 해 미국에서 일종의 푸드 스탬프를 받은 사람의 비율은 두 배 이상인 15퍼센트이다.
p.266~267 여기에 이 체계의 비밀이 있다. 즉, 한 나라의 모든 국민이 참여하므로 그 체계는 모두에게 저마다의 이익을 가져다줌이 분명하다. 어떤 괴상망측한 ‘복지국가’와 달리 이타주의의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불운한 이들을 돕고자 자신의 발전을 희생하지 않아도 된다. 그 체계는 개인들 각자의 자유, 우리 각자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근본적인 서비스를 받으려고 부모나 배우자 또는 고용주의 재정적 호의에 기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형편이 좋은 사람들도 이 협약에 참여하는데, 덜 부유한 이들을 도우려는 이타적 마음이 아니라 자신은 물론이고 가까운 친구, 동료, 가족도 삶이 더 나아질 거라는 생각에서다.
p.269 미국은 코넬 대학교 교수 수잔 메틀러가 ‘잠수 국가(submerged state)’라고 일컬은 미심쩍은 기술에 통달했다. 수혜자들에게 정부 수표를 발급하는 대신 민간 회사나 세법을 통해 처리함으로써 정부 정책을 드러나지 않게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실제로 소득공제, 세액공제 및 세금감면은 현금 수당과 마찬가지로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세금을 거두지 않는 형태로 제공하는 정부 지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런 현실을 인식하거나 인정하지 않고서, 자신들이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고 있는데도 받지 않고 있다고 짐작한다.
p.270 핀란드의 목표는 특정 집단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기본적인 지원구조를 평등하게 마련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오늘날 존재하는 전형적인 미국 정책들 다수는 놀랍도록 특화된, 선별된, 그리고 대다수의 경우 모욕감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이런 방식은 의존관계를 조장한다. …반면 큰 부자들은 막대한 이득을 올린다.
p.275 노르딕 중산층은 무임승차꾼이 아니다. 노르딕 시민들은 치르는 값만큼 복지를 누리는 것이다. (노르웨이의 석유와 가스를 제외하면) 숨겨진 노다지는 존재하지 않으며, 부자의 몫을 강탈해가는 사악한 공산주의자들도 존재하지 않는다. 노르딕 나라들은 강한 공공복지 체계 마련이 경제성장의 견인차임을 증명하고 있다. 아울러 누구나 살면서 마주치는 위험과 필요한 안전을 모든 사람이 자금을 대는 하나의 체계 안에서 다루는 것이 각자가 개인적으로 저축하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이며 효율적임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나 오늘날과 같은 전 지구적 경제 불안정과 경쟁의 시대에서는 더더욱.
p.276 미국에서 얼마간 살고 나니, 왜 많은 국민이 정부와 관련된 것이면 뭐든 싫어하는지 납득하게 되었다. 우체국은 재앙이며, 세법은 엉망진창이요, 기차는 정시에 오는 일이 없고, 도로는 구멍이 숭숭 뚫렸고, 교통 당국은 악몽이다. 이 점을 꼬집은 로널드 레이건의 유명한 말이 있다. “영어에서 가장 무서운 아홉 단어짜리 문장은 이렇다. I’m from the government, and I’m here to help. (정부에서 나왔습니다만,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p.282 나는 유럽의 세금이 미국보다 훨씬 더 많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깜짝 놀라게도 내가 미국에서 연방세, 주(州)세, 시(市)세, 사회보장세 및 메디케어 세금을 다 내고 보니 총 세율이 아주 높았다. 물론 모든 미국인이 시세를 내진 않으며, 일부는 주세도 내지 않는다. 하지만 대다수는 상당한 재산세를 내는데, 핀란드의 경우 재산세가 미국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2011년에, 그러니까 뉴욕시에서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던 두 번째 해의 끝 무렵에, 지출 경비를 제한 내 소득은 그다지 대단치 않은 3만 3,900달러였다. 그런데 핀란드에서보다 뉴욕에서 내야 할 세금이 더 많았고 환급액은 상당히 적었다. 핀란드에서 프리랜서로 일할 때는 내가 낸 세금으로 값진 혜택을 얻었다. 한편 미국에서는 온갖 세금을 다 내고 나서도 의료보험에 들기 위해 수천 달러를 더 써야 한다. 핀란드에서 기본 의료 혜택은 이미 내가 낸 세금에 포함된다.
p.287~208 미국과 노르딕 나라들의 차이를 단순한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미국은 불공정한 세금 제도와 큰 정부를 지닌 반면에, 노르딕 나라들은 공정한 세금 제도와 똑똑한 정부를 지녔다. 또 달리 표현하자면, 미국은 과거에 묶여 있고 노르딕 나라들은 이미 미래에 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기자인 미클스웨이트와 울드리지가 말한 핵심이 바로 그것이다. 둘은 책의 마지막 장을 “미래가 먼저 다가온 곳”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거침없이 말한다. 분명히 미래가 먼저 일어난 곳은 노르딕 나라들이며, 그것을 최상의 모범으로 삼는 것이 오늘날 모든 나라의 관심사라고.
p.290~291 전반적으로 노르딕의 성공 비결은 복잡하지 않다. 노르딕 사회는 정부의 일을 진지하게 여겼다. 실수도 하고 곤경에도 처했지만, 계속 수정해나가면서 향상을 추구했고 수입과 지출을 맞추려고 애썼다. 그 결과 민간 영역보다 정부가 사회복지를 제공하는 데 덜 효율적일 태생적인 이유가 없음을 입증해냈다.
p.318 실리콘밸리의 직원들은 늘 더 나은 대우를 얻으려고 경쟁하는데, 그런 자리가 생기면 바로 회사를 옮기는 편이다. 핀란드의 경우 직원들은 선택권이 더 적을지 모르지만, 파나넨 생각에 그런 차이는 대체로 노르딕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늘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살 만하기 때문이다. 고용주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피고용인이 회사에 더 충성한다는 뜻이다.
p.318 파나넨은 직원들의 긴 유급 정기휴가나 출산휴가에 개의치 않는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주 재능 있는 사람을 채용해놓고서, 그 사람이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려고 1년간 휴가를 갖고 싶다는 이유로 인연을 끊는다는 것은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라고요.”
p.326 지속 가능하지 않는 것은 노르딕 접근법이 아니다. 결국 망하게 될 것은 미국의 접근법이다. 왜냐하면 미국은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공적 보조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달리 말하면, 미국 납세자들이 실제로 자국의 패스트푸드 산업에 무려 연간 수십억 달러까지 자금을 대주고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를 실천하는 나라를 찾아보라면, 미국이 두드러진 후보로 보일 지경이다.
p.362 핀란드인들이 어떤 부당함을 알아차릴 때마다 쏟아내는 숱한 분노와 불평은 특히 그런 부당함이 사소하게 여겨지는 나라 사람들에게는 성가시게만 보일 테다. 그렇기는 해도 이런 부정적 반응 능력이야말로 핀란드의 성공 비결의 하나다. 핀란드 사람들은 사회 환경을 개선할 실질적인 변화를 재빨리 요구한다. 오늘날 미국인은 내면으로 향하고 명상하고 긍정적 사고를 함양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핀란드인은 문제가 있으면 고쳐질 때까지 정치인들한테 고함을 칠 것이다. 누구도 자신의 문제와 과제에만 집중하자고 권유하지 않을 것이다.
p.366 “이런 연구들은 1980년대 이후 실시되었는데, 만약 이것이 정지된 그림이 아니라 동영상이었다면, 전 세계가 이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보일 겁니다.” 그는 손을 스웨덴을 표시하는 점으로 움직였다. 노르딕 나라들은 그냥 특이한 것만이 아니라 흐름을 주도하고 있었다. 21세기의 모든 선진국들이 핵심적인 사회 가치 면에서 노르딕과 비슷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트래고드에 따르면, 그 이유는 어디에 살건 누구나 자유가 적은 것보다 많은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p.368 미국은 자기네와 마찬가지의 자유를 누리면서도 그처럼 난리법석 떨지는 않는 나라도 전 세계에 아주 많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나아가 미국에 없는 새로운 종류의 자유를 누리는 시민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하나 보다.
p.369 21세기로 진입한 요즘 나라들은 자유를 이전보다 더 풍성한 어떤 것으로 여긴다. 모든 개인에게 진정한 기회가 보장되므로 좋은 삶을 스스로 마음껏 추구할 수 있고, 뜻밖의 불운으로부터 참된 보호를 받을 수 있어 불필요한 두려움과 불안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심리적 확신을 자유라고 여긴다.
번호 | 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 | 조회 |
62 |
언어, 빛나는 삶의 비밀
집지기
|
2022.07.28
|
추천 0
|
조회 1355
|
집지기 | 2022.07.28 | 0 | 1355 |
61 |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집지기
|
2022.06.02
|
추천 0
|
조회 1394
|
집지기 | 2022.06.02 | 0 | 1394 |
60 |
라틴어 수업
집지기
|
2022.06.02
|
추천 0
|
조회 1500
|
집지기 | 2022.06.02 | 0 | 1500 |
59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집지기
|
2022.03.31
|
추천 0
|
조회 1528
|
집지기 | 2022.03.31 | 0 | 1528 |
58 |
새로운 가난이 온다
집지기
|
2022.02.28
|
추천 0
|
조회 1475
|
집지기 | 2022.02.28 | 0 | 1475 |
57 |
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집지기
|
2022.01.24
|
추천 0
|
조회 1553
|
집지기 | 2022.01.24 | 0 | 1553 |
56 |
식별
집지기
|
2021.12.22
|
추천 1
|
조회 1665
|
집지기 | 2021.12.22 | 1 | 1665 |
55 |
자기 앞의 생
집지기
|
2021.11.22
|
추천 0
|
조회 1707
|
집지기 | 2021.11.22 | 0 | 1707 |
54 |
누가 내 이름을 이렇게 지었어?
집지기
|
2021.10.14
|
추천 1
|
조회 1674
|
집지기 | 2021.10.14 | 1 | 1674 |
53 |
제로 웨이스트 키친 - 식재료 낭비 없이 오래 먹는 친환경 식생활
집지기
|
2021.09.22
|
추천 0
|
조회 1777
|
집지기 | 2021.09.22 | 0 | 17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