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보다 아무것도 더 낫게 여기지 말라.
Chisto omnino nihil praeponant. R. B.
– 머리말 72,11
Chisto omnino nihil praeponant. R. B.
– 머리말 72,11
크리소스토마 슈미트 수녀님이
원산 수녀원에서 공산당에게 피랍되어
4년 10개월여간 옥사덕 수용소 삶에서 쓴 시
크리소스토마 슈미트 수녀님(Sr.Chrysostoma Schmidt.OSB. ; 1892. 2.15.~ 1971. 9.12.)은 일제 강점기였던 1925년 11월 21일 독일의 툿찡 포교 베네딕도수녀회에서 우리나라(당시 조선)에 처음 파견 된 네 분의 수녀님 중 한분이셨다. 수녀님은 원산에 도착하여 몇 주간 되지 않았을 때부터 선교 활동을 시작하셨다. 원산 거리에 방황하는 굶주린 어린이들을 모아 거리에서도 『천주교 요리강령』책을 들고 다니며, 스스로도 어린이들과 함께 한글을 익히고, 가르치는 문맹 퇴치 운동도 겸해서 말씀을 전하는 열성적인 수녀님이셨다. 뛰어난 음악 교사였으며, 고운 외모 때문에 ‘마돈나’란 별명으로 불리셨던 수녀님은 옥사덕 수용소 생활에서는 수녀가족 중에 가장 연장자였다.
『구름아 너 무엇을 노래하느냐?』 이시집의 시들은, 크리소스토마 슈미트 수녀님이 원산 수녀원에서 공산당에게 피랍되어 4년 10개월여 동안 자강도 전천리 일명 옥사덕 수용소 삶에서 쓴 시다.
공산당들이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를 뜯은 작은 종이쪽지에 시를 적어 정리하여 공산당들의 눈에 뜨이지 않도록 숨겨 두었었다. 옥사덕 수용소에서 본국 송환을 하게 되었을 때, 아르사시아 에이그넬 수녀님(Sr. Arsatia Aigner. OSB. 安順德 ;1917. 2. 2.~2002. 7. 3.)이 크리소스토마 수녀님의 시를 모두 모아, 수용소 감시원들의 눈을 피해가며, 자신의 윗도리 옷의 양 어깨부분에 표 나지 않도록 차곡차곡 넣고 꿰맨 후 그 위에 겉옷을 입어 감추었다. 혹시 본국 송환 때 몸 조사를 받게 되어 쪽지가 발견될까봐 전전긍긍하였지만, 다행히 송환 동안 어떤 조사도 받지 않아 시 원문 쪽지 모두를 고스란히 본국 독일 로 가져갈 수 있었다. 이렇게 아르사시아 수녀님에 의해 본국으로 가져갔던 쪽지의 시 전문을 크리소스토마 수녀님께서 다시금 타자로 정서하여 내용별로 정리해 두었고, 다시 한국으로 재 파견 되었을 때 대구로 가지고 오셨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
파아란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아름다운 구름아!
너희와 함께 마음속에서 울려오는 소리가
신비스런 그리움으로 흐른다
구름아, 너 무엇을 노래하느냐?
온갖 꽃들이
오색으로 어우러져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찬란함으로 피어나는구나!
그 안에 흐르는 곱고 가슴 아린 노래가
내 마음을 슬프게 만드는구나!
꽃들아, 너희는 무엇을 노래하느냐?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시내는
푸른 들판을 지나 졸졸 흐르며 속삭이고
한 번도 머물지 못하고
들녘을 지나가느라 서두르며
드넓은 푸른 바다를 향하여
이어서 흐르는구나!
작은 시내야, 너 무엇을 노래하느냐?
산의 원시림에서 불어오는 바람아!
웅장한 오르간의 바람인양
사나운 군대들이 달려가듯이
숨 막혀 마음을 무겁게 하면서
바람아, 너 무엇을 노래하느냐?
사람아 무엇을 물어보느냐?
마음속 깊이 귀 기울여 들어 보렴
우리의 울림과 노래들을
신비스럽게 울리는 이 노래는
네 영혼의 노래이며
네 그리움의 교향곡이란다
종소리가 들리는가?
“형제여 일어나라”
오랜 시간 뜨거운 들녘에서
강제 노동하는
하루 일과는 어렵고도 힘겹구나
저녁이 되면
죽은 듯이 지쳐 잠들고
죽을 것같이 피로하지만
다시 일어나야 한단다
종일토록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쉴 틈 없는 일
새벽부터 어둠이 짙어질 때까지
욕설과 책망뿐
그들은 우리를 일하는 짐승처럼
밭으로 몰아내며
독촉하고 끝없이 괴롭힌다
우리의 노래는 이미 사라졌고
웃음이 사라진 지도 오래다
우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굶주림에 허덕이며
돼지들의 먹이를 기꺼이 먹는다
우리는 희망을 잃고
오직 끝없이 고통을 당할 뿐이다
죽음만이 우리에게 구원을 주리라
저 위
산자락에 있는 여섯 무덤
그대와 내가 그곳에 묻힐 차례는
언제 올 것인가?
곤궁은
마음을 아프게 만들고
우리를 삼켜 버리기에
우리는 소리친다
“주님!
저희에게 자유를 주소서“라고……
그가 세상에서
빛을 보았을 때
그의 몫은
빛나고 고급스러운 것이었다
아마도 그는 왕관을 수놓은
베개에 누워있었을 것이다
세상이 그의 품에 안겨 준 것은
부귀와 영화였다
그러나 그는
수도자가 되어 가난하게 살았으며
우리가 그의 죽음을 보았을 때는
더욱더 가난했다
피란길은
피곤으로 지친 그를 죽게 했지만
그는 끝까지 씩씩하게 견디었다
빈 감방 안에서
그를 위한 자리 하나를 서둘러 차렸다
생 나무토막이
그의 머리를 받치고 있었을 뿐
그 외의 모든 것은 남김없이 빼앗겼으며
관도 덮개도 촛불도 빛도 없이
누워있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고요한 평화로움이 있었다
집 뒷산 위에
한밤중, 그를 위한 무덤을 팠다
수용소 뒤 압록강가의 그 무덤은
다른 낯선 무덤과 같았다
물줄기는 반짝이며 흐르고
저 건너의 산은 만주의 산이란다
비좁은 판자 집
공기도 빛도 없는 곳에
오십 명을 한꺼번에 몰아넣었다
갇힌 오십 명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었다
다 해진 헌 옷을 기워 입고
아무런 보호막도 없이
얼음처럼 차가운
바람과 마주했다
몇 주간을
더러운 먼지로 뒤덮이고
추위에 떨며 꽁꽁 얼어 뻣뻣해져
이글어지고
까칠한 얼굴들이다
어두움에 굴속은
일찍 암흑이 되고
밤은 끝없이 길고도 길다
불쌍한 이들은 잠을 그리워하면서도
밤을 두려워한다
지치고 피곤한 늦은 밤
쉴 수 있기엔 이 자리가 너무나 비좁다
몸과 몸, 팔다리는 겹쳐져
볼품없이 빽빽하게 엉겨졌다
심장이 거의 멈출 듯
무서운 어두움이 조이고 있다
사람들이
우리를 박해하든 미워하든
배가 고프든 궁핍하든
우리의 사업이 망하든
그리스도의 나라는 늘 존재할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승리하시고 다스리시며
언제나 명령하신다
감시자들이
우리를 노예로 취급하든
우리들의 처지가 영원히 안 바뀌든
우리가 순교자로서 영광스럽게 죽든
가난과 결핍 속에서 망하든
그리스도께서 승리하시고 다스리시며
언제나 명령하신다
우리의 운명이
보잘것없이 되더라도
이 땅 위에서 행복하든 불행하든
그리스도의 투사가 굴복하든
마지막 날엔
그리스도께서 승리하시고 이끄시며
언제나 다스리실 것이다
저는
주님의 씨 뿌리는 몫을 하고
이 땅위에 주님의 말씀을 심고 싶었습니다
이제 주님은 스스로 밭을 가시고
저를 밭에 씨로 뿌리셨습니다
저는
주님의 포도밭에
농부로 일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저는 포도송이가 되었고
저의 피는
고통의 압착기에서 짜내는 것입니다
저는
사도가 되고
주님의 증거자가 되고 싶었지만
원수들이 주님의 양떼를 쫓아버렸음으로
하는 일없이
십자가에 붙잡혔습니다
주님은
저의 예물을 원치 않으시고
희생을 원하셨습니다
하오나 주님!
저의 마음을 완전히 고요하게 해 주소서
포도송이로, 씨로
주님을 위해서 일하겠습니다
우리를 위한
재판 과정은 없었다
그냥 어두운 밤에 실려가
판결을 내린 적도 없이
엄격한 금고禁錮에 넘기고
종살이하는 감옥으로 쳐 넣었다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누가 아는가?
하지만 잔인한 결판은 내려졌다
공산당들은
목적하는 바가 있었다
그들은 우리 모두를 죽게 하고 싶었으며
우리의 거룩한 영예를 바라지 않았다
피 흘리는 순교도 원하지 않고
서서히 죽어가게 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의 목표가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 수도가족은
이미 너무나도 많이 죽어갔다
삼년 안에 열일곱 명이 희생되었으니……
굶주림과 참혹한 곤궁으로
천천히 죽어간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사랑했던 이들인데……
우리의 몫은
말할 수 없이 비참하지만
사랑은 운명을 큰 것으로 바꾸기에
가장 쓰디 쓴 것이라도 달게 할 수 있다
우리는 겸허하게 죽음을 기다린다
죽음으로 축성된 이들이
주님께 인사드리오니
“주님!
저희의 희생 제물을 받으소서!“
저 창공의 갈고리를 보아라
기러기들이 창공을 가르며
남쪽으로 바삐 날아가고 있다
그들은 꺽꺽 소리로 나를 부른다
함께 가자 함께 가자 함께 가자고!
뒤늦은 제비가 휙 지나간다
그들의 습관대로 내게 아주 가깝게 날며
작은 마음이 그들을 남쪽으로 당기고
사랑스레 유연하게 지저귄다
함께 가자 함께 가자 함께 가자고!
저 멀리 산자락은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 길인지 모르건만
일찍이 늦게
마치 나를 부르는 듯하다
함께 가자 함께 가자 함께 가자고!
나는
그리스도의 증거자로
언제쯤 나의 피를 쏟게 될지
옥중에서 서서히 죽어 갈지
형장의 총알이 내 생을 마치게 할지
사나운 미음이 나를 잔인하게 없애게 될지
들짐승처럼 쫓겨
모래 위에서
고독하게 피를 쏟으며 죽어 갈지
전쟁 중에 끔찍한 죽음을 당하게 될지
추방 중이거나
아니면
고요한 수녀원 담장 안에서
평화롭게 수녀들과 함께 갇혀 있다가
영원으로 가게 될지 뉘 알소냐?
나는 모른다
나의 운명은
하느님 아버지 손 안에 있기에
내 삶이 어떻게 끝날 것인지
주님께서는 처음부터 알고 계신다
오르간의
풍부하고 웅장한 소리처럼 되든지
바람으로 사라지는
현악의 부드러운 소리처럼 들리든지……
주님!
제가 아는 것은
오직 그리스도만을 위해서 산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그리스도를 위해서……
죽을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저의 운명을 위대하고 아름답게 하며
가장 어려운 것도 참을 수 있도록 하고
모든 희생은
주님 마음에 들도록 하는 것입니다
불타는 사랑으로
그리스도의 참된 증인이 되게 하소서!
우리는
우리 가운데 앓는 이들을
사랑 가득한 정성으로 성심껏 돌보았다
우리는
늘 우리에게 가능한 것만 할 수 있었기에
환자들이
고통당하는 것을 보는 것이 너무나 힘겨웠다
우리는
그들을 도울 수 없음이 고통스러웠지만
그들은 죽을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평화스럽게 우리 곁을 떠났다
우리는
기도하고 위령노래를 부르면서
산골짜기 끝자락 축성된 자리에
그들을 안장했다
무덤들이
위에서부터 이어서 인사한다
‘나의 무덤도 저기에 있게 되려나?’
파아란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아름다운 구름아!
너희와 함께 마음속에서 울려오는 소리가
신비스런 그리움으로 흐른다
구름아, 너 무엇을 노래하느냐?
온갖 꽃들이
오색으로 어우러져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찬란함으로 피어나는구나!
그 안에 흐르는 곱고 가슴 아린 노래가
내 마음을 슬프게 만드는구나!
꽃들아, 너희는 무엇을 노래하느냐?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시내는
푸른 들판을 지나 졸졸 흐르며 속삭이고
한 번도 머물지 못하고
들녘을 지나가느라 서두르며
드넓은 푸른 바다를 향하여
이어서 흐르는구나!
작은 시내야, 너 무엇을 노래하느냐?
산의 원시림에서 불어오는 바람아!
웅장한 오르간의 바람인양
사나운 군대들이 달려가듯이
숨 막혀 마음을 무겁게 하면서
바람아, 너 무엇을 노래하느냐?
사람아 무엇을 물어보느냐?
마음속 깊이 귀 기울여 들어 보렴
우리의 울림과 노래들을
신비스럽게 울리는 이 노래는
네 영혼의 노래이며
네 그리움의 교향곡이란다
종소리가 들리는가?
“형제여 일어나라”
오랜 시간 뜨거운 들녘에서
강제 노동하는
하루 일과는 어렵고도 힘겹구나
저녁이 되면
죽은 듯이 지쳐 잠들고
죽을 것같이 피로하지만
다시 일어나야 한단다
종일토록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쉴 틈 없는 일
새벽부터 어둠이 짙어질 때까지
욕설과 책망뿐
그들은 우리를 일하는 짐승처럼
밭으로 몰아내며
독촉하고 끝없이 괴롭힌다
우리의 노래는 이미 사라졌고
웃음이 사라진 지도 오래다
우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굶주림에 허덕이며
돼지들의 먹이를 기꺼이 먹는다
우리는 희망을 잃고
오직 끝없이 고통을 당할 뿐이다
죽음만이 우리에게 구원을 주리라
저 위
산자락에 있는 여섯 무덤
그대와 내가 그곳에 묻힐 차례는
언제 올 것인가?
곤궁은
마음을 아프게 만들고
우리를 삼켜 버리기에
우리는 소리친다
“주님!
저희에게 자유를 주소서“라고……
그가 세상에서
빛을 보았을 때
그의 몫은
빛나고 고급스러운 것이었다
아마도 그는 왕관을 수놓은
베개에 누워있었을 것이다
세상이 그의 품에 안겨 준 것은
부귀와 영화였다
그러나 그는
수도자가 되어 가난하게 살았으며
우리가 그의 죽음을 보았을 때는
더욱더 가난했다
피란길은
피곤으로 지친 그를 죽게 했지만
그는 끝까지 씩씩하게 견디었다
빈 감방 안에서
그를 위한 자리 하나를 서둘러 차렸다
생 나무토막이
그의 머리를 받치고 있었을 뿐
그 외의 모든 것은 남김없이 빼앗겼으며
관도 덮개도 촛불도 빛도 없이
누워있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고요한 평화로움이 있었다
집 뒷산 위에
한밤중, 그를 위한 무덤을 팠다
수용소 뒤 압록강가의 그 무덤은
다른 낯선 무덤과 같았다
물줄기는 반짝이며 흐르고
저 건너의 산은 만주의 산이란다
비좁은 판자 집
공기도 빛도 없는 곳에
오십 명을 한꺼번에 몰아넣었다
갇힌 오십 명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었다
다 해진 헌 옷을 기워 입고
아무런 보호막도 없이
얼음처럼 차가운
바람과 마주했다
몇 주간을
더러운 먼지로 뒤덮이고
추위에 떨며 꽁꽁 얼어 뻣뻣해져
이글어지고
까칠한 얼굴들이다
어두움에 굴속은
일찍 암흑이 되고
밤은 끝없이 길고도 길다
불쌍한 이들은 잠을 그리워하면서도
밤을 두려워한다
지치고 피곤한 늦은 밤
쉴 수 있기엔 이 자리가 너무나 비좁다
몸과 몸, 팔다리는 겹쳐져
볼품없이 빽빽하게 엉겨졌다
심장이 거의 멈출 듯
무서운 어두움이 조이고 있다
사람들이
우리를 박해하든 미워하든
배가 고프든 궁핍하든
우리의 사업이 망하든
그리스도의 나라는 늘 존재할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승리하시고 다스리시며
언제나 명령하신다
감시자들이
우리를 노예로 취급하든
우리들의 처지가 영원히 안 바뀌든
우리가 순교자로서 영광스럽게 죽든
가난과 결핍 속에서 망하든
그리스도께서 승리하시고 다스리시며
언제나 명령하신다
우리의 운명이
보잘것없이 되더라도
이 땅 위에서 행복하든 불행하든
그리스도의 투사가 굴복하든
마지막 날엔
그리스도께서 승리하시고 이끄시며
언제나 다스리실 것이다
저는
주님의 씨 뿌리는 몫을 하고
이 땅위에 주님의 말씀을 심고 싶었습니다
이제 주님은 스스로 밭을 가시고
저를 밭에 씨로 뿌리셨습니다
저는
주님의 포도밭에
농부로 일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저는 포도송이가 되었고
저의 피는
고통의 압착기에서 짜내는 것입니다
저는
사도가 되고
주님의 증거자가 되고 싶었지만
원수들이 주님의 양떼를 쫓아버렸음으로
하는 일없이
십자가에 붙잡혔습니다
주님은
저의 예물을 원치 않으시고
희생을 원하셨습니다
하오나 주님!
저의 마음을 완전히 고요하게 해 주소서
포도송이로, 씨로
주님을 위해서 일하겠습니다
우리를 위한
재판 과정은 없었다
그냥 어두운 밤에 실려가
판결을 내린 적도 없이
엄격한 금고禁錮에 넘기고
종살이하는 감옥으로 쳐 넣었다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누가 아는가?
하지만 잔인한 결판은 내려졌다
공산당들은
목적하는 바가 있었다
그들은 우리 모두를 죽게 하고 싶었으며
우리의 거룩한 영예를 바라지 않았다
피 흘리는 순교도 원하지 않고
서서히 죽어가게 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의 목표가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 수도가족은
이미 너무나도 많이 죽어갔다
삼년 안에 열일곱 명이 희생되었으니……
굶주림과 참혹한 곤궁으로
천천히 죽어간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사랑했던 이들인데……
우리의 몫은
말할 수 없이 비참하지만
사랑은 운명을 큰 것으로 바꾸기에
가장 쓰디 쓴 것이라도 달게 할 수 있다
우리는 겸허하게 죽음을 기다린다
죽음으로 축성된 이들이
주님께 인사드리오니
“주님!
저희의 희생 제물을 받으소서!“
저 창공의 갈고리를 보아라
기러기들이 창공을 가르며
남쪽으로 바삐 날아가고 있다
그들은 꺽꺽 소리로 나를 부른다
함께 가자 함께 가자 함께 가자고!
뒤늦은 제비가 휙 지나간다
그들의 습관대로 내게 아주 가깝게 날며
작은 마음이 그들을 남쪽으로 당기고
사랑스레 유연하게 지저귄다
함께 가자 함께 가자 함께 가자고!
저 멀리 산자락은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 길인지 모르건만
일찍이 늦게
마치 나를 부르는 듯하다
함께 가자 함께 가자 함께 가자고!
나는
그리스도의 증거자로
언제쯤 나의 피를 쏟게 될지
옥중에서 서서히 죽어 갈지
형장의 총알이 내 생을 마치게 할지
사나운 미음이 나를 잔인하게 없애게 될지
들짐승처럼 쫓겨
모래 위에서
고독하게 피를 쏟으며 죽어 갈지
전쟁 중에 끔찍한 죽음을 당하게 될지
추방 중이거나
아니면
고요한 수녀원 담장 안에서
평화롭게 수녀들과 함께 갇혀 있다가
영원으로 가게 될지 뉘 알소냐?
나는 모른다
나의 운명은
하느님 아버지 손 안에 있기에
내 삶이 어떻게 끝날 것인지
주님께서는 처음부터 알고 계신다
오르간의
풍부하고 웅장한 소리처럼 되든지
바람으로 사라지는
현악의 부드러운 소리처럼 들리든지……
주님!
제가 아는 것은
오직 그리스도만을 위해서 산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그리스도를 위해서……
죽을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저의 운명을 위대하고 아름답게 하며
가장 어려운 것도 참을 수 있도록 하고
모든 희생은
주님 마음에 들도록 하는 것입니다
불타는 사랑으로
그리스도의 참된 증인이 되게 하소서!
우리는
우리 가운데 앓는 이들을
사랑 가득한 정성으로 성심껏 돌보았다
우리는
늘 우리에게 가능한 것만 할 수 있었기에
환자들이
고통당하는 것을 보는 것이 너무나 힘겨웠다
우리는
그들을 도울 수 없음이 고통스러웠지만
그들은 죽을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평화스럽게 우리 곁을 떠났다
우리는
기도하고 위령노래를 부르면서
산골짜기 끝자락 축성된 자리에
그들을 안장했다
무덤들이
위에서부터 이어서 인사한다
‘나의 무덤도 저기에 있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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