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0,1-9 성 티모테오와 성 티토 주교 기념일

공생활 초기에 예수님은 제자들 중 열두 사도를 뽑아 나름 조촐하게 시작하신다. 이후 제자들이라고 하면 주로 이 열두 명을 지칭한다. 이게 얼마나 조촐하냐면 어디 출신 무슨 일을 하던 누구인지 프로필을 다 읊을 수 있다. 이번에는 다른 제자 일흔두 명을 지명하셔서 파견하신다. 요 바로 앞에서는 사람들에게 당신을 맞을 준비를 시키기 위해 심부름꾼들을 보내셨다. 이들이 사마리아의 마을에 들어가면서 문전박대당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 때문인지 이번 파견은 전례 없는 대규모가 됐다. 공격적인 선교 뭐 그런 건가? 이 제자들은 열두 사도를 뽑을 무렵의 제자들처럼 예수님을 따라다니는 게 주 업무가 아니다. 예수님이 가실 곳에 미리 가서 예수님의 업무를 대신하게 된다. 병자들을 고쳐주고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는 그 업무다. 신속함과 기동성, 확산성을 확보하려는 예수님의 의지가 느껴진다.

오늘 이 복음을 묵상하면서 새롭게 드는 생각은 이거다. 왜 이렇게 서두르시는 듯 보이지? 선포를 단시간 안에 되도록 많이, 여기저기 해야 한다는 조급함도 행간에서 읽혀지기 때문이다. 이 파견의 시점이 눈에 들어온다.
이건 예루살렘으로 가기 위해 방향을 잡은 다음의 파견이다. 앞장에서 심부름꾼들을 보내신 때는, 그분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기로 마음을 굳히신 다음이다. 예루살렘은 닥쳐올 수난의 장소다. 그러니까 이 파견은 수난과 죽음의 여정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이루어졌다. 예수님의 지상 나날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고, 그분은 이걸 똑똑히 알고 계시다. 그리고 그곳을 향해 자기 발로 걸어 들어가시는 중이다.
그럼 왜 갑자기 일흔두 명씩이나 파견하시는지 알 것 같다. 한 사람이라도 더 하느님 나라 선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라신 것 아닐까? 당신 죽음 이후의 일은 아버지 하느님의 손에 달렸다. 인간이 이루고자 하는 일과 아버지께서 일을 이루시는 방법은 다를 수 있고, 예수님도 그걸 아신다. 그래도 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한 명이라도 더 복음을 들을 수 있도록 애쓰시는 것 아닐까? 그래서 일흔두 제자들에게도 그들 말고 일꾼을 더 달라고 주인이신 하느님께 청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아닐까?
사실 이 파견의 명령에서 우리는 루카 복음 사가가 이 복음을 쓸 시점의 구체적인 복음 선포 양상을 엿볼 수 있다. 둘씩 파견, 어디를 가든지 그들을 맞아주는 곳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활동할 것, 복음을 믿고 교회 공동체의 일원이 된 이들은 복음 선포자들을 물질적 후원으로 보조할 것, 언제나 복음 선포가 성공적이지는 않으며, 환영받는 일도 아니라는 것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적 악조건과 반대를 뚫고라도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떠돌아야 하는 선포자들의 하느님 신뢰는, 같은 주님을 사랑하고 따르는 공동체 구성원들을 통해서 응답받을 것이며 무릇 그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꼭 이런 뒷 배경이 아니라도 이 제자들의 선포 활동에 관한 지침을 읽고 있자니, 이 말씀을 하시는 예수님의 마음가짐을 알 것만 같다. 나는 지금 하늘나라 선포를 위해 마지막 힘을 다해 노력하며 너희들을 보낸다. 너희도 가진 것 없이 막막하게 복음을 선포하러 가는 여정에서 한 가지만 기억하여라. 너희에게 필요한 것이 주어지든 주어지지 않든, 복음 선포가 받아들여지든 받아들여지지 않든, 어느 것도 확실하지 않은 그 불안함 속을 헤쳐나가는 법을 배워라. 너희와 함께 계시면서 너희를 당신 뜻으로 이끌어나가시는 주님을 신뢰하여라. 그리고 내가 모든 힘을 다해 한 사람이라도 더 복음을 듣도록 노력하는 것처럼, 너희도 그렇게 마지막까지 모든 힘을 다해서 복음을 선포하여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0,1-9

그때에 1 주님께서는 다른 제자 일흔두 명을 지명하시어,
몸소 가시려는 모든 고을과 고장으로 당신에 앞서 둘씩 보내시며,
2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3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4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
5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여라.
6 그 집에 평화를 받을 사람이 있으면 너희의 평화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고,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7 같은 집에 머무르면서 주는 것을 먹고 마셔라.
일꾼이 품삯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 집 저 집으로 옮겨 다니지 마라.
8 어떤 고을에 들어가든지 너희를 받아들이면 차려 주는 음식을 먹어라.
9 그곳 병자들을 고쳐 주며,
‘하느님의 나라가 여러분에게 가까이 왔습니다.’ 하고 말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After this the Lord appointed seventy two others
whom he sent ahead of him in pairs to every town and place
he intended to visit. He said to them,
“The harvest is abundant but the laborers are few;
so ask the master of the harvest to send out laborers for his harvest.
Go on your way; behold, I am sending you like lambs among wolves.
Carry no money bag, no sack, no sandals; and greet no one along the way.
Into whatever house you enter, first say, ‘Peace to this household.’
If a peaceful person lives there, your peace will rest on him;
but if not, it will return to you.
Stay in the same house and eat and drink what is offered to you,
for the laborer deserves his payment.
Do not move about from one house to another.
Whatever town you enter and they welcome you, eat what is set before you,
cure the sick in it and say to them,
‘The kingdom of God is at hand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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