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5,3-7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사제 성화의 날)
말이 안 되지 않나요?
잃은 양 한 마리를 뒤쫓아 가느라
아흔아홉 마리를 광야에 버리고 가면
걔네들은 어쩌라고요?
99 마리씩이나 있으니
배고픈 늑대라도 덮쳐오면
인해전술, 아니 양해전술이라도
쓰면 되는 걸까?
한 몇 마리 정도의 희생은 감수하고?
그럼 애초에 사라져버린
양 한 마리를 포기하는 게 더 이득인데?
뭐가 됐든 이 이야기를 이해득실 측면에서 고려하면,
목자의 행동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 잃어버린 양의 비유는
그 뒤에 이어지는 두 비유,
곧 잃었다가 다시 찾은 은전의 비유와
잃었다가 다시 찾은 작은 아들의 비유와 뭉쳐서
하나의 같은 메시지,
그러나 그 의미가 점점 분명해져 가는
메시지를 전한다.
바로 99마리를 방치한
이 목자의 속내에 대한 대답이다.
잃어버린 은전 한 닢을 찾기 위해
온 집안을 휩쓰는 동안
나머지 은전들이 어디 있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하지 않다.
아무렴 돈인데 잘 모셔놨겠지.
아빠 덕분에 컴백이 요란해진
작은 아들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큰 아들에 대해서는 그가 무대에 등장할 때까지
생각도 안난다.
큰 아들이 섭섭하다고 토로를 하고는 있지만
이야기는 아빠의 말로 독자를 설득하는 형국이다.
작은 아들을 향한 아빠의 사랑이
큰 아들을 향한 아빠의 사랑을
빼앗아다 주는 건 아니라고.
너는 이미 모든 사랑을 받고 있다고.
이렇게 세 가지의 비유는 잃어버리지 않은 것들,
곧 잃어버리지 않은 양들,
잘 보관된 은전들,
계속 집에 있는 아들을 차례로 소개하면서,
애정을 덜 받는 듯한 99마리 양들에게 감정 이입한
서두의 질문에 은연중의 대답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 비유의 큰 아들과 아빠의 대화를 통해서 말이다.
사실 이 비유들의 초점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애타는 심정이다.
잃어버리지 않은 것들에 대한
방치나 관심 부족이 아니다.
하느님은 안전한 집에 돌아오지 않고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을
한 마리 양 생각에 애가 타신다.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은
목자 입장에서 99마리가 있으니
없다는 티도 잘 안나는 숫자다.
그러나 그 양 입장에서 보면,
그 양은 자기한테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 양이 스스로 자초한 것이든 아니든,
목자 입장에서 애가 타는 이유는 이것이다.
작은 아들의 귀환이 의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아들이 죽었다 살아난 것이라고 말한다.
이 역시 아버지의 입장이 아니라
작은 아들의 입장에서 보면
거의 글자 그대로 이해가 가능하다.
목자가 잃어버린 양을 찾아내는 것도
그 양 입장에서는 생명으로 귀환하는 일이다.
예수 성심 대축일인 오늘,
이 비유의 행간에서 하느님의 마음을,
예수님의 마음을 읽어본다.
하느님을 거슬러 그분에게서 멀어진 죄인들은
“잃어버린 이들”이며,
목숨이 위험한 이들이다.
목자와 아버지는 자신의 관점에 따른
이해득실이 아니라
사랑하는 자기 양들의 관점에서,
사랑하는 자기 작은 아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상황을 헤아린다.
사랑함에서 나오는 본능적인 역지사지다.
그들을 살려내고 싶은 애타는 마음이
하느님의 마음이고 예수님의 마음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5,3-7
그때에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3 이 비유를 말씀하셨다.
4 “너희 가운데 어떤 사람이 양 백 마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서 한 마리를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광야에 놓아둔 채
잃은 양을 찾을 때까지 뒤쫓아 가지 않느냐?
5 그러다가 양을 찾으면 기뻐하며 어깨에 메고
6 집으로 가서 친구들과 이웃들을 불러,
‘나와 함께 기뻐해 주십시오. 잃었던 내 양을 찾았습니다.’ 하고 말한다.
7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이와 같이 하늘에서는, 회개할 필요가 없는 의인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Gospel Lk 15:3-7
Jesus addressed this parable to the Pharisees and scribes:
“What man among you having a hundred sheep and losing one of them
would not leave the ninety-nine in the desert
and go after the lost one until he finds it?
And when he does find it,
he sets it on his shoulders with great joy
and, upon his arrival home,
he calls together his friends and neighbors and says to them,
‘Rejoice with me because I have found my lost sheep.’
I tell you, in just the same way
there will be more joy in heaven over one sinner who repents
than over ninety-nine righteous people
who have no need of repent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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