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9,11ㄴ-28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 기념일

한 달란트를 그대로 땅에 묻어 버린
이 소심하고 소극적인 종이
저는 왠지 모르게 가엾게 느껴집니다.
이런 그의 대답에는
분명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 나의 친구 예수님…”
우리는 흔히 이렇게 고백합니다.
그런데 잠깐,
내 마음도 정말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까?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 앞에
그럼 나는 왜 있는 그대로 서 있기 부끄럽습니까?
왜 자꾸만 준비가 덜 된 것 같고 뭔가 어색합니까?
왜 친구 이신 예수님이 내 목소리를 듣지 않는 것 같습니까?
왜 나는 자꾸만 큰 아들이 되어
강박적으로 아버지의 기대에
나 자신을 맞추어야 될 것만 같습니까?
사실, 떨쳐 버리고 싶어도
나를 자꾸만 따라다니는 하느님에 대한 내 안에 깊은 이미지는
나를 판단하시고 평가하시는 분 아닙니까?
근원적으로 우리 내면 안에 있는 하느님의 모습은
흡사 죄와 벌을 심판하는 심판관을 닮았습니다.
의식이 생각하고 바라는 하느님은 자비로우신 아버지이지만,
내 안에 어떤 해결되지 않은 정서가 만나는 하느님은
아직 심판관인 하느님일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무의식 중에 혹은 습관 중에
그 분 앞에 머무는 나는
상과 벌에 얽매인 조건적인 인간이 되어버리곤 합니다.

왜 마음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까요?
아무리 이성적으로 옳고 합리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내 마음이 그것을 좋은 것으로 느끼지 않으면
우리는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데 실패합니다.
머리와 가슴 사이에 마치 건널 수 없는
큰 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성의 언어는 체계적이고 합리적이라
우리를 잘 설득시킵니다.
그러나 감성의 언어는
경험적이고 비논리적입니다.
내가 경험한 것 외에 다른 것을 받아들이려하지 않는
어떤 고집이 있지요.
아무리 마음에 명령해도
마음이 그것을 들을리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우리의 능력을 평가하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세상의 인정을 얻으려
무던히도 애를 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 능력이 마치 내 정체성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러한 이성의 신념에 마음이 끼어들 자리가 없습니다.

성녀 소화데레사는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거룩함은 이러저러한 수련에 있지 않습니다.
담대히 아버지의 선하심을 신뢰하면서,
겸손하고 작은 자로서
하느님 품 안에 머물고자 하는
마음가짐에 있습니다.
맹세코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온갖 죄를 다 지니고 있다해도,
조금도 믿음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아버지의 품속에 뛰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따뜻하게 받아들여지라라 확신합니다.”
성녀는 자신의 영혼이
하느님의 사랑받는 딸임을 굳건히 신뢰하였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능력이나 평가에
묶어 두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이 조건적일 것이라는
내면의 거짓된 목소리를 과감히 물리친 것이지요.
만일 우리의 정체성이
사랑받는 아버지의 딸임이 틀림없다면,
내 이성이 아니라,
나의 마음이 이 흔들림 없는 사실에
온전히 동의한다면,
내 정서의 온도는 달라질 것입니다.
지금 이대로인 나를 용서할 수 있고,
지금 이대로의 나를 괜찮다고 하시는
자비로우신 아버지 품 안에
비로소 편안히 안길 수 있을 것입니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9,11ㄴ-28
그때에 11 예수님께서는 비유 하나를 말씀하셨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신 데다,
사람들이 하느님의 나라가 당장 나타나는 줄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2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어떤 귀족이 왕권을 받아 오려고 먼 고장으로 떠나게 되었다.
13 그래서 그는 종 열 사람을 불러 열 미나를 나누어 주며,
‘내가 올 때까지 벌이를 하여라.’ 하고 그들에게 일렀다.
14 그런데 그 나라 백성은 그를 미워하고 있었으므로 사절을 뒤따라 보내어,
‘저희는 이 사람이 저희 임금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하고 말하게 하였다.
15 그러나 그는 왕권을 받고 돌아와,
자기가 돈을 준 종들이 벌이를 얼마나 하였는지 알아볼 생각으로
그들을 불러오라고 분부하였다.
16 첫째 종이 들어와서,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로 열 미나를 벌어들였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17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일렀다.
‘잘하였다, 착한 종아! 네가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열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가져라.’
18 그다음에 둘째 종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로 다섯 미나를 만들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19 주인은 그에게도 일렀다. ‘너도 다섯 고을을 다스려라.’
20 그런데 다른 종은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수건에 싸서 보관해 두었습니다.
21 주인님께서 냉혹하신 분이어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시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시기에,
저는 주인님이 두려웠습니다.’
22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이 악한 종아, 나는 네 입에서 나온 말로 너를 심판한다.
내가 냉혹한 사람이어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는 줄로 알고 있었다는 말이냐?
23 그렇다면 어찌하여 내 돈을 은행에 넣지 않았더냐?
그리하였으면 내가 돌아왔을 때 내 돈에 이자를 붙여 되찾았을 것이다.’
24 그러고 나서 곁에 있는 이들에게 일렀다.
‘저자에게서 그 한 미나를 빼앗아 열 미나를 가진 이에게 주어라.’
25 ─ 그러자 그들이 주인에게 말하였다.
‘주인님, 저이는 열 미나나 가지고 있습니다.’─
26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27 그리고 내가 저희들의 임금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은 그 원수들을
이리 끌어다가, 내 앞에서 처형하여라.’”
28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고 앞장서서 예루살렘으로 오르는 길을 걸어가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Gospel Lk 19:11-28
While people were listening to Jesus speak,
he proceeded to tell a parable because he was near Jerusalem
and they thought that the Kingdom of God
would appear there immediately.
 
So he said,
“A nobleman went off to a distant country
to obtain the kingship for himself and then to return.
He called ten of his servants and gave them ten gold coins
and told them, ‘Engage in trade with these until I return.’
His fellow citizens, however, despised him
and sent a delegation after him to announce,
‘We do not want this man to be our king.’
But when he returned after obtaining the kingship,
he had the servants called, to whom he had given the money,
to learn what they had gained by trading.
The first came forward and said,
‘Sir, your gold coin has earned ten additional ones.’
He replied, ‘Well done, good servant!
You have been faithful in this very small matter;
take charge of ten cities.’
Then the second came and reported,
‘Your gold coin, sir, has earned five more.’
And to this servant too he said,
‘You, take charge of five cities.’
Then the other servant came and said,
‘Sir, here is your gold coin;
I kept it stored away in a handkerchief,
for I was afraid of you, because you are a demanding man;
you take up what you did not lay down
and you harvest what you did not plant.’
He said to him,
‘With your own words I shall condemn you,
you wicked servant.
You knew I was a demanding man,
taking up what I did not lay down
and harvesting what I did not plant;
why did you not put my money in a bank?
Then on my return I would have collected it with interest.’
And to those standing by he said,
‘Take the gold coin from him
and give it to the servant who has ten.’
But they said to him,
‘Sir, he has ten gold coins.’
He replied, ‘I tell you,
to everyone who has, more will be given,
but from the one who has not,
even what he has will be taken away.
Now as for those enemies of mine who did not want me as their king,
bring them here and slay them before me.’”
 
After he had said this,
he proceeded on his journey up to Jerusa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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