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 1,14-20 연중 제3주일
블록버스터 히어로 영화를 보면,
평범한 주인공이 초능력을 지닌 인간으로 각성하거나
아니면 착한 사람이었는데 흑화되는 계기가 있다.
그 계기가 언제인지 어느 때인지 주인공은 예상하지 못한다.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중에 우연처럼 보이는 작은 만남이나 사건이 일어난다.
그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 주인공이 거기 한 발 들여놓는 순간 모든 것이 뒤바뀐다.
그런 각성이나 변모가 일어나 그의 운명이 통째로 변화되는 그 때는,
다른 사람들에겐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똑같이 흘러가는 나날 중의 하루,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간 중의 한 순간이다.
각성한 주인공이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을 때
그를 대하는, 평소와 다름 없는 사람들을 통해 이것이 묘사된다.
그들에게는 주인공이 각성한 어젯밤도
수많은 평범한 밤들과 똑같은 밤이었을 뿐이다.
변한 것은 자신의 능력 자각을 통해 사명을 깨달은 주인공이며,
사명을 깨닫자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어제까지 몰랐는데, 도와주거나 구해줘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거다.
우리도 같은 시간의 흐름을 함께 살아가고 같은 사건을 함께 겪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냥 지나쳐가는 한 순간이나 사건이
어떤 한 사람에게는 일생 일대의 체험이 되어 그의 인생을 바꾼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활동을 시작하시는,
충만한 그 ‘때’에 대한 개인적인 체험이기도 하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부르시는 때는
그분의 판단에 의하면 ‘하늘 나라가 가까이 온 때’ 이다.
부르심을 받고 있는 제자들은 몰랐다.
자신들이 한 낯선 사람으로부터 ‘나를 따르라’는 초대를 받고 있는 그 때가
그토록 꽉 찬 때였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부르심에 응답했을 때 그들의 인생은 전적으로 뒤바뀌었고
예수님의 구원 활동에 한 몫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부르심을 받았을 때는 몰랐을 것이다.
아마도 예수님의 부활 후에야 자신들이 부르심 받았던 때가 어떤 순간이었는지
그 진짜 의미를 묵상하지 않았을까?
갈릴래아 어부로써 지내던 평범한 날들 중에
바로 그 날이 하느님이 정하신 그 때였다는 걸.
복음서 강의를 듣다 보면
허구헌날 나오는 ‘카이로스’와 ‘크로노스’란 그리스어 어휘가 있다.
크로노스는 객관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이며
카이로스는 하느님이 구원 계획에 따라 정하신 어떤 특정한 때이다…
뭐 그런 설명이 붙는다.
그 뜻은 대충 알겠다.
그리고 크로노스보다 카이로스가 더 중요하다는 것도
눈치로 알겠다(설명이 더 멋있기 때문이다).
그럼 이 카이로스는 어떻게 체험될까?
체험을 하는 입장에서는 바로 위와 같은 과정을 밟게 된다.
일단 평범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떤 사건을 만나게 되고,
그 사건에 어떻게 응답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때와 사건이 훗날 내 인생에서 결정적인 순간이 되기도 하고
아니게 되기도 한다.
즉, 어떤 사건이나 순간이
하느님이 예정하신 내 인생의 ‘카이로스’인지는 당시에는 모른다.
만일 내가 그 순간에 걸맞는 선택이나 응답을 하지 않는다면,
그 때는 나에게 아무런 계기도 되지 않고,
어떤 가르침도 영향도 주지 않고 의미 없이 지나가 버린다.
그래서 내 삶의 모든 순간이, 모든 사건이, 모든 만남이 소중하다.
어떤 때가 예수님이 예수님의 카이로스를 맞아
나를 초대하시는 나의 카이로스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매일의 시간과 사건들 속에서
언제나 하느님의 뜻을 따르려는 선의의 선택을 한다.
그러면 그 수많은 선택 속에서
어떤 순간의 어떤 선택이
내 인생의 카이로스인지 훗날 알 수 있을 거다.
– 이 보나벤뚜라 수녀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4-20
14 요한이 잡힌 뒤에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에 가시어,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15 이렇게 말씀하셨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16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가시다가,
호수에 그물을 던지고 있는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아를 보셨다.
그들은 어부였다.
17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18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19 예수님께서 조금 더 가시다가,
배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을 보시고,
20 곧바로 그들을 부르셨다.
그러자 그들은 아버지 제베대오를 삯꾼들과 함께 배에 버려두고
그분을 따라나섰다.
Gospel Mk 1:14-20
After John had been arrested,
Jesus came to Galilee proclaiming the gospel of God:
“This is the time of fulfillment.
The kingdom of God is at hand.
Repent, and believe in the gospel.”
As he passed by the Sea of Galilee,
he saw Simon and his brother Andrew casting their nets into the sea;
they were fishermen.
Jesus said to them,
“Come after me, and I will make you fishers of men.”
Then they abandoned their nets and followed him.
He walked along a little farther
and saw James, the son of Zebedee, and his brother John.
They too were in a boat mending their nets.
Then he called them.
So they left their father Zebedee in the boat
along with the hired men and followed 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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