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13,24-30 연중 제16주간 토요일

감자밭의 감자들을 수확하기 전에 감자밭 잡초를 뽑는 공동작업을 했다.
잡초들이 자라면서 감자들이 먹을 양분을 빼앗아 먹으면 안되니까
더 자라기 전에 뽑아내는 거다.

대부분의 잡초들은 감자와 모양이 아주 달라 구별하기 쉬웠다.
근데 내 눈으로는 감자와 구별이 어려운 녀석들이 있었다.
얘네들은 감자 줄기 밑둥에 아주 바싹 붙어서 자랐고
잎사귀 모양이 감자 잎사귀와 비슷했다.

잡초들을 뽑으면서 이 비유가 생각났다.
이때만 해도 감자 나무가 제법 컸고 그 잡초들도 꽤 컸기 때문에
자세히 보면 차이점이 나름 보였다.
아마 감자나 잡초나 작은 애들이었으면
나같은 사람은 구별도 못하고 다 뽑아버리는 거지.
(나는 아주 옛날에
약초밭에서 티미안 새싹을 잡초들과 함께 싹 다 뽑아버린 유경험자다)

마태오 복음 사가는 몇 구절 뒤에 바로 예수님이 해주시는 해석을 덧붙여 놨다.
제자들이 예수님께 가라지의 비유를 설명해 달라고 청했고,
예수님은 비유를 설명해 주신다.
밭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갓 귀농한 사람같은 밭 주인의 말은
밭일에 관한 전문적인 팁이 아니라 하늘 나라에 대한 비유였다.
하느님께서 가라지를 거둬 태워버리고 밀을 거둬 모아들일 천사들을
밀 수확 때까지 기다리게 하신 이유는
가라지 좋으라고 그런게 아니라 소중한 밀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섣부른 판단으로 밀이 뽑혀 나갈까봐 그렇다.
(천사들 중에서도 나같은 친구들이 있나보다)
가라지들이 아무리 떼로 창궐하면서 가라지 밭인양 활개를 쳐도
하느님은 완벽주의자 마냥 가라지들과 전쟁을 벌이시는게 아니라
혹시나 너무 많은 가라지들 사이에서 기도 못펴고 사느라 잘 보이지도 않는
밀 한 가닥이 어떻게 될까봐 걱정하시는 것이다.
천국이 실현되어 가는 과정은
소중한 밀 한톨 한톨을 잃지 않고 모아들이는 마지막 때를 위한 것이지
가라지 없는 완벽한 밭 자체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가라지가 밭을 장악하고 누리는 것 같은 기세등등함은
겉보기에 그럴 뿐, 가라지들은 밀 덕분에 뽑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하늘나라를 바라보며 사는 하느님 백성의 삶터에서
때로 가라지들이 득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금테를 둘러도 가라지는 가라지이고
작고 약해 보여도 밀은 이삭을 맺는다.
하늘 나라는 하느님의 조급하지 않은 기다림과 보살핌으로
또 하느님 백성의 인내와 기다림으로
때가 되면 완벽하게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주님, 제가 가라지들에 짓눌리지 않고
당신의 보살핌을 믿으며
작으나마 저의 열매를 맺는 일에 힘쓰도록 도와주소서.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3,24-30
그때에 24 예수님께서 비유를 들어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하늘 나라는 자기 밭에 좋은 씨를 뿌리는 사람에 비길 수 있다.
25 사람들이 자는 동안에 그의 원수가 와서
밀 가운데에 가라지를 덧뿌리고 갔다.
26 줄기가 나서 열매를 맺을 때에 가라지들도 드러났다.
27 그래서 종들이 집주인에게 가서,
‘주인님, 밭에 좋은 씨를 뿌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가라지는 어디서 생겼습니까?’ 하고 묻자,
28 ‘원수가 그렇게 하였구나.’ 하고 집주인이 말하였다.
종들이 ‘그러면 저희가 가서 그것들을 거두어 낼까요?’ 하고 묻자,
29 그는 이렇게 일렀다.
‘아니다. 너희가 가라지들을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
30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수확 때에 내가 일꾼들에게,
먼저 가라지를 거두어서 단으로 묶어 태워 버리고
밀은 내 곳간으로 모아들이라고 하겠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Gospel Mt 13:24-30
Jesus proposed a parable to the crowds.
“The Kingdom of heaven may be likened to a man
who sowed good seed in his field.
While everyone was asleep his enemy came
and sowed weeds all through the wheat, and then went off.
When the crop grew and bore fruit, the weeds appeared as well.
The slaves of the householder came to him and said,
‘Master, did you not sow good seed in your field?
Where have the weeds come from?’
He answered, ‘An enemy has done this.’
His slaves said to him, ‘Do you want us to go and pull them up?’
He replied, ‘No, if you pull up the weeds
you might uproot the wheat along with them.
Let them grow together until harvest;
then at harvest time I will say to the harvesters,
“First collect the weeds and tie them in bundles for burning;
but gather the wheat into my b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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