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6,5-11 부활 제6주간 화요일
예수님의 부활 축제를 아직까지 지내고 있는 마당에 오늘 말씀을 읽으면, 타임워프를 주제로 한 SF 영화가 떠오른다.
미래로부터 파견된 주인공이 현재의 사람들을 열심히 설득하고 있는 있는 장면같은 것 말이다.
주인공에게는 확실한 일이지만 그 예고를 듣고 있는 현재의 사람들은 여전히 의심쩍어 한다. 주인공은 자신이 말하는 사건을 체험했기에 확신을 가지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주인공에게 말로만 들을 뿐이다. 시간이 흘러 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야 사람들은 주인공이 한 말의 뜻을 알 수 있게 된다.
오늘 복음에서도 이런 설정이 떠오른 이유가 있다. 실제로 복음은 예수님의 부활과 성령강림을 체험한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썼기 때문이다. 이 말씀에는 그들이 이 모든 일을 겪은 후에 예수님이 하셨던 말씀을 되짚어 보며 묵상한 내용도 함께 들어있다. 아, 그랬구나… 그래서 그런 말씀을 하셨구나.
복음사가는 성령강림을 체험했고 성령의 인도와 보호 속에서 박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러한 성령의 증인으로서 우리에게 확신을 주고 있다.
예수님은 가셨지만 보호자께서 오셔서 나와 너와 함께 계시다고.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보호자”는 그리스말 단어 “파라클레토스”의 번역이다. 이 단어의 문자적인 풀이는 ‘곁에서 대신 말해주며 도움을 주는 이’이다.
좁은 의미로 여기 완전 딱 맞는 직종이 하나 떠오른다.
변호사라는 직종이다.
변호사는 누가 어떤 죄를 지었다고 피소 당해 법정에 설 때 등장한다. 그 사람 옆에서 그를 대신해 논쟁을 벌이고 그의 무죄가 증명되도록, 아니면 선처를 호소하는, 아니면 형량이 경감되도록 하는, 좌우간 자기가 맡은 사람을 위해 변호하고 그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재판이 되도록 온갖 노력을 쏟는다.
이제 제자들을 보자. 예수님 없이 그들만 남아 복음을 선포하며 살아야 하는 때가 왔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선포하면서 갖은 박해와 모함에 휩싸일 것이다. 꼭 실제 법정이 아니라도 세상이 그들을 몰아세워 불신, 박해, 모함, 몰이해, 비난의 법정에 세울 것이다. 그런 때에 제자들이 승소하도록, 예수님은 최고의 ‘변호인’을 보내신다. 그 변호인은 제자들은 할 수 없는 유창한 언변으로, 고소인들의 죄와 제자들의 의로움, 그들과 제자들에게 약속된 심판과 보상에 대해 발언할 것이다. 고소인들은 애초에 죄, 의로움, 심판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으니 변호인의 변론에 의해 논파당하고 그들의 죄악이 오히려 드러날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현실에서는 때로 법이 아니라 돈과 권력이 불의한 승리를 거두는 경우가 있음을 우리는 안다. 그러나 진리의 법정에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불의가 승리하는 그런 따위의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복음을 전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아무 죄도 짓지 않았고 무려 성령님이 변호해 주신다. 최후에 승리를 거두지 못할 리가 있을까?
복음 묵상이 갑자기 법정스릴러가 되고 성령님이 수트빨 멋진 최고 로펌의 변호사가 되어버렸지만, 요지는 이거다. 복음 선포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 일을 하면서 맞닥뜨리는 모든 반대와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낼까 걱정하지 말아라. 보호자이신 분이 언제나 함께 계시고, 그분의 도움으로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복음의 진리가 모든 반대 논리를 거슬러 승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6,5-11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5 “이제 나는 나를 보내신 분께 간다.
그런데도 ‘어디로 가십니까?’ 하고 묻는 사람이 너희 가운데 아무도 없다.
6 오히려 내가 이 말을 하였기 때문에 너희 마음에 근심이 가득 찼다.
7 그러나 너희에게 진실을 말하는데, 내가 떠나는 것이 너희에게 이롭다.
내가 떠나지 않으면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오지 않으신다.
그러나 내가 가면 그분을 너희에게 보내겠다.
8 보호자께서 오시면
죄와 의로움과 심판에 관한 세상의 그릇된 생각을 밝히실 것이다.
9 그들이 죄에 관하여 잘못 생각하는 것은 나를 믿지 않기 때문이고,
10 그들이 의로움에 관하여 잘못 생각하는 것은
내가 아버지께 가고 너희가 더 이상 나를 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며,
11 그들이 심판에 관하여 잘못 생각하는 것은
이 세상의 우두머리가 이미 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Gospel Jn 16:5-11
Jesus said to his disciples:
“Now I am going to the one who sent me,
and not one of you asks me, ‘Where are you going?’
But because I told you this, grief has filled your hearts.
But I tell you the truth, it is better for you that I go.
For if I do not go, the Advocate will not come to you.
But if I go, I will send him to you.
And when he comes he will convict the world
in regard to sin and righteousness and condemnation:
sin, because they do not believe in me;
righteousness, because I am going to the Father
and you will no longer see me;
condemnation, because the ruler of this world has been condem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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