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7,11ㄷ-19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오늘 복음은 제자들을 위한 예수님의 기도입니다. 무엇을 청하셨는지 살펴보면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11절), “악에서 지켜 주십사고 빕니다.”(15절),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17절) 이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세 번째 기도를 묵상해 볼까 합니다.
17절에 나오는 ‘진리로’(엔 테 알레테이아)에서 전치사 ‘엔’은 거룩함이 이뤄지는 장소를(안에서) 뜻하는 동시에 수단이란(로써) 의미도 가진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제자들은 ‘진리 안에서/진리로써’, ‘하느님 안에서/하느님을 앎으로써’ 거룩하게 해 주시길 기도하셨다고 이해할 수 있겠지요. 곧 이 진리는 제자들을, 또한 우리들을 거룩하게 하는 힘인 동시에 우리를 거룩하게 만드는 장소입니다.
이 거룩함은 우리가 하느님을 향해 나아갈 때가 아니라 우리 안에 살고자 오시는 거룩한 분을 받아 모실 때 비롯됩니다. 하느님의 진리로써 거룩함으로 나아갈 때, 우리가 진리이신 분 안에 머물 때, 하느님의 거룩함 안에서 우리는 거룩하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하느님의 거룩함을 통해 거룩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나약하고 부족하기에 스스로는 완성할 수 없는 이 거룩함을 우리는 어떻게 완성할 수 있을까요? 진흙 덩어리에 그분 숨이 불어넣어져서 사람이 되었음을 기억해 보면 좋겠습니다. 별것 아닌, 진흙에 불과한 우리에게 그분 숨이 불어넣어져서 사람이 되었고, 인간으로 세상에 오셨기에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그분을 받아모심으로써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요 예수님의 벗이 될 수 있었습니다.
어둠을 이기려면 더 큰 어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빛이 필요한 법이지요. 더 큰 어둠으로 지금의 어둠을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빛으로 어둠을 밝혀야 하니까요. 인간인 우리가 거룩함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스스로 취하는 거룩함이 아니라, 하느님을 내 안에 모시고, 끊임없이 하느님의 현존 속에서 살아가고자 노력하며, 매사를 하느님 뜻에 맡기는 의탁일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 매순간 ‘진리 안에서/진리로써’, ‘하느님 안에서/하느님을 앎으로써’ 거룩함을 완성하실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더불어 우리의 거룩함을 위해 예수님께서도 기도해 주시고 계심을 잊지 마시길 또한 기도합니다.
– 김 성심 수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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